L2+ 자율주행차는 메모리를 5배 먹는다: ADAS가 여는 차량용 D램·낸드 수요축
ADAS와 차량용 AI,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서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고급 스마트카 한 대에 100GB 이상 D램과 최대 1.5TB 낸드가 탑재될 수 있다고 분석했고,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차량용 메모리가 자동차 반도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해 2030년까지 연 20% 넘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에 이어 자동차가 메모리의 새 수요처로 떠오르는 국면이다.
자동차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이은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핵심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차량용 AI,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차 한 대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7일 디지털 기능이 많은 고급 스마트카 한 대에 100GB 이상의 D램과 최대 1.5TB의 낸드플래시가 탑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전자 보조를 넘어 '기계가 판단하는' 단계로 갈수록 차량은 사실상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된다.
- 100GB+ · 1.5TB고급 스마트카 한 대 추산 D램·낸드 용량 (트렌드포스, 시스템 합산 추산치)
- 연 20%+차량용 메모리 2030년까지 성장 전망, 자동차 반도체 평균 7.4%의 3배 (S&P 글로벌 모빌리티)
- 5배 이상L2+ 이상 자율주행차의 메모리·스토리지 탑재량, 기존 차량 대비 (마이크론 CEO)
숫자의 뿌리는 ADAS 컴퓨팅에 있다. 대만 테크뉴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HW 4.0 자율주행 시스템에는 32GB의 GDDR6·LPDDR 메모리가 들어갔고, 올해 도입된 AI 4+는 이를 64GB로 늘렸다. 엔비디아의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 드라이브 오린도 32GB·64GB 구성으로 공급된다. 여기에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AI 비서가 얹힌다. 메르세데스-벤츠 MBUX는 24GB, BMW의 신형 전기 SUV 뉴 iX3와 노이에 클라세는 16~24GB를 쓸 것으로 추정된다. 온디바이스 AI 모델(4~12GB)과 각종 전자제어장치(4~8GB)까지 더하면 고급형 차량의 D램은 100GB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낸드 쪽 증가폭은 더 가파르다. 자율주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영상 데이터 저장에만 100~300GB가 필요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실패 대비 이중 저장까지 고려하면 저장 용량은 계속 불어난다. 트렌드포스 추산으로 테슬라 차량에는 약 500GB,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는 최대 1~1.5TB의 낸드가 들어갈 수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레벨2+(L2+) 이상 자율주행 차량은 기존 차량보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탑재량이 5배 이상 많다"며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가 고도화될수록 용량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대목은 공급 병목이다.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와 ADAS에는 속도·내구성·신뢰성이 뛰어난 SLC(싱글레벨셀) 낸드가 주로 쓰이는데, 기존 MLC 공급 감소로 산업·자동차용 수요가 SLC로 몰리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SLC 낸드 시장이 2026년 하반기 구조적 공급 부족에 진입하고, 하반기 가격이 상반기 대비 120~17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용 메모리는 고온·진동을 견뎌야 하고 인증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 진입 장벽이 높다. 공급이 빠듯할수록 검증된 공급자의 협상력은 오히려 커진다.
왜 ADAS가 메모리를 이렇게 먹나
레벨2까지는 사람이 운전 주체이고 시스템은 보조에 머물지만, L2+ 이상에서는 다중 카메라·레이더·라이다가 쏟아내는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추론해야 한다. 이 연산에는 대역폭 큰 D램(GDDR·LPDDR), 학습·추론 모델과 지도·영상 로그를 담는 대용량 낸드가 함께 필요하다. 자율주행 레벨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필요한 연산량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메모리·스토리지가 계단식으로 뛴다. ADAS의 진화가 곧 차량용 메모리 수요 곡선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수혜의 무게중심은 이미 한국을 향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2015년 진출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저전력 D램(LPDDR5X)과 UFS를 앞세워 전기차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서 점유율을 넓힌 결과다. SK하이닉스도 HBM2E·LPDDR·UFS 3.1로 차량용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ADAS 고도화라는 구조적 흐름이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키우는 국면에서, 자동차의 '두뇌'와 '기억'을 함께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전장 생태계에는 중장기 성장의 새 축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본문의 용량·성장률·점유율 수치는 트렌드포스·S&P 글로벌 모빌리티 등 시장조사업체 분석과 기업 발표를 인용한 추정치로, 실제 값은 자율주행 수준·차량 가격·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