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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가 美 공장에서 SiC를 심는다: 북미 '현지화 전쟁'이 여는 한국 소재사의 틈

독일 보쉬가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빌 팹에서 전기차용 SiC 칩 샘플 생산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의 CHIPS 직접 지원을 등에 업은 이번 가동은 완성차의 현지 조달 요구가 촉발한 북미 전력반도체 공급망 내재화의 신호탄으로, 국내 웨이퍼·소재사에는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밀려온다.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 효율을 좌우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 탄화규소(SiC)의 생산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시각 7월 13일, 독일 보쉬(Bosch)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 반도체 공장에서 SiC 칩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를 아우르는 이 회사가 미국 내 첫 반도체 생산 거점을 본격 가동하며, 북미 전력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선 것이다.

이번 가동은 보쉬가 미 상무부 '칩스 프로그램 오피스(CHIPS Program Office)'와 맺은 2억 2500만 달러(약 3368억 원) 규모의 직접 지원 협약에 따른 성과다. 보쉬는 2023년 TSI 세미컨덕터로부터 인수한 로즈빌 공장을 최첨단 생산기지로 재구축하는 데 총 20억 달러(약 2조 9940억 원)를 투입했고, 연내 상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나아가 2031년까지 미국 사업에 총 75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장기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 2억 2500만 달러미 CHIPS 직접 지원 협약(약 3368억 원)
  • 20억 달러로즈빌 팹 재구축 투자(약 2조 9940억 원)
  • 75억 달러2031년까지 미국 사업 투자 계획(약 11조 원)

보쉬가 미국행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폴 토머스 보쉬 북미 사장은 "미국 내 완성차 고객사들이 현지 생산 공급망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번 투자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제 안에서 공급망 강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자보다 고전압·고온에서 전력 손실이 적고 고속 스위칭이 가능해, 전력 변환 효율과 주행거리를 끌어올리는 전동화의 필수 부품이다. 완성차의 '현지 조달' 압박이 곧 전력반도체 팹의 지리적 재배치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보쉬만의 것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온세미, 울프스피드, ROHM, 후지일렉트릭 등 글로벌 시스템·전력반도체 기업 14곳이 최근 몇 년간 8인치(200mm) 팹 건설과 6인치에서 8인치로의 전환에 대거 투자해 왔다. 유럽과 미주, 아시아에 걸친 이 증설 경쟁에 보쉬까지 대규모 현지 양산 체제로 합류하면서, 북미 전력반도체 주도권 다툼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에는 양날의 검이다. 북미 완성차의 현지화 압박이 거세질수록, 웨이퍼 소재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이나 하나머티리얼즈 같은 부품·장비 공급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넓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단순 수출 중심 구조에 머문 국내 전력반도체·팹리스 업계는 기존 대미 수출 경로가 글로벌 기업의 현지 생산 물량에 잠식될 위험을 마주한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합작법인(JV) 설립이나 현지 파트너십으로 공급망에 직접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론된다.

수요의 밑그림은 견조하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국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력 효율 개선 요구와 생성형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장치 시장이 SiC의 새로운 수요축으로 떠올랐다. 보쉬 역시 전기차를 넘어 데이터센터용 전력 관리로 SiC 공급을 확대할 방침을 내놨다. 결국 이번 로즈빌 가동은 '누가 SiC를 만드느냐'만큼이나 '어디서 만드느냐'가 경쟁의 축이 됐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8인치 전환 속도와 소재·장비 경쟁력을 앞세워 현지화의 파고에 올라탄다면, 위협으로만 읽힐 흐름을 국산 전력반도체 생태계의 확장 기회로 되돌릴 여지가 있다.

※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투자·사업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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