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눈이 로봇으로 걸어들어가다: 픽셀플러스, 드론·휴머노이드 이미지센서로 매출 다변화 실행
차량용 이미지센서에 편중돼 있던 국산 팹리스 픽셀플러스가, 국방부 교육용 드론에 고성능 CMOS 이미지센서 'PKB210K'를 공급하고 국내 로보틱스 대기업 차세대 휴머노이드용 'PG 1200'을 올해 하반기 양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약 450억원 매출의 대부분이 전장에서 나왔지만, 하반기부터 드론·로보틱스향 공급이 더해지며 '피지컬 AI'로 응용처를 넓히는 그림이다. 자동차의 눈을 만들던 국산 센서 기술이 로봇의 눈으로 확장되는, 부품사의 전환 사례다.
자동차의 '눈'을 만들던 국산 회사가,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드론과 두 발로 걷는 로봇의 눈을 겨냥한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국내 유일의 맞춤형 이미지센서 설계 기술을 앞세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픽셀플러스는 옛 LG반도체 출신 이 대표가 2000년 세운 CMOS 이미지센서(CIS) 전문 팹리스로, 휴대폰용에서 출발해 전장(차량용 전자장비)으로 영역을 넓히며 국내외 완성차를 고객으로 둔 회사다. 이미지센서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탑재돼 바깥을 인식하는 '눈' 역할을 하는데, 소니·삼성전자·온세미·옴니비전 등 소수 강자가 시장을 주도해 온 분야다.
이번에 확인된 변화는 응용처의 확장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픽셀플러스는 국방부 '교육용 상용드론 구매 사업'에 고성능 이미지센서 'PKB210K'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PKB210K는 200만 화소(2MP)에 60fps 고속 촬영을 지원하고, 최고 140dB에 달하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갖춰 역광이나 터널 입·출구처럼 조도 차이가 격심한 환경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확보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정밀한 비행 제어와 영상 인식을 위한 센서로, 회사가 밝힌 탑재 예상 드론 물량은 약 1만 대 규모로 거론된다.
- 2MP·60fps·140dB HDR드론용 이미지센서 PKB210K의 핵심 사양(출처: 파이낸셜포스트·회사 설명)
- 약 1만 대PKB210K 탑재가 예상되는 군사훈련용 드론 물량으로 회사가 제시한 규모
- 약 450억원지난해 매출로, 대부분 전장에서 발생(올 하반기부터 드론·로보틱스향 공급 시작)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휴머노이드다. 이 대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로보틱스 대기업의 차세대 휴머노이드에 탑재될 이미지센서 'PG 1200'을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낮에는 컬러, 밤에는 적외선 영상을 동시에 수용해 로봇이 외부 환경을 가리지 않고 경로를 정밀하게 탐색하도록 돕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자동차 실내·외를 '보던' 센서 설계 자산이, 조도와 온도 변화가 큰 야외에서 움직여야 하는 로봇의 요구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장에서 다져진 화질·신뢰성 노하우가 로봇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식되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재무적으로도 방향 전환의 필요는 뚜렷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기준 약 450억원 규모였던 매출 대부분이 전장 영역에서 발생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드론과 로보틱스향 제품 공급이 시작되면서 매출 다변화와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사는 센서 IC 업체 해치텍의 상장 등으로 확보한 여력을 사업 다변화의 재원으로 거론해 왔는데, 이번 드론·휴머노이드 공급은 그 다변화가 재무적 잠재력에서 실제 제품·수주 단계로 넘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드론 물량과 휴머노이드 양산은 사업 진행과 고객사 일정에 따라 규모·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확정 실적으로 단정하기보다 실행 초기 국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적으로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 소수 글로벌 기업에 쏠려 있던 이미지센서 공급망에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국산 팹리스가 자동차를 발판 삼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ADAS 카메라로 대표되는 전장 센서 기술이 드론·휴머노이드 같은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자동차 부품·반도체 기업의 자산이 로봇 밸류체인으로 넘어가는 전환이 개별 기업 단위에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품사의 로봇 전환이라는 더 큰 흐름은 자매지 mobilitychain.kr에서 이어 볼 수 있다. 자동차의 눈을 만들던 회사가 로봇의 눈으로 걸어들어가는 이 장면은, 한국 센서 생태계가 조금씩 두꺼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본 글은 공개된 보도·회사 설명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드론·휴머노이드향 공급의 물량·시점·매출 기여는 사업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