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에 양극재를 직접 넣다: LG화학·도요타 북미 직납이 여는 비중국 배터리 공급망
LG화학이 2분기부터 도요타 북미법인에 배터리 양극재 직납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확보한 첫 외부 고객이며, 'KPC 전구체→LG화학 양극재→도요타 셀'로 이어지는 사슬은 미국 IRA의 비중국(Non-China) 요건을 충족한다. 셀사가 아닌 완성차를 직접 고객으로 삼는 소재 공급망 재편의 신호다.
배터리 소재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셀 제조사에서 완성차 쪽으로 한 발 더 이동하고 있다. 디일렉은 14일 업계를 인용해 LG화학이 지난 2분기부터 도요타 북미 제조법인(TEMA)에 배터리 양극재를 직접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도요타는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LG화학이 확보한 첫 외부 고객사로, 소재 업체가 셀사를 거치지 않고 완성차를 직접 고객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급망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양사의 인연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두 회사는 2023년 10월 2조86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고, 계약 기간은 2030년 12월까지다(한국경제 등 보도). 이번 직납은 그 계약이 실제 출하로 이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니켈·코발트·망간(NCM) 등을 조합한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만든다. 도요타에 공급하는 물량에는 LG화학과 고려아연의 합작사 한국전구체(KPC)가 만든 전구체가 쓰인다.
핵심은 이 사슬의 '원산지'다. 'KPC(전구체)→LG화학(양극재)→도요타(셀)'로 이어지는 공급망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비중국(Non-China) 요건을 충족하며, 이에 따라 도요타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디일렉은 전했다. 도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에 일본 외 첫 자체 배터리 공장(TBMNC)을 운영 중이며, 현재 하이브리드용 4개 라인에서 단계적으로 14개 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2조8600억원2023년 10월 체결한 LG화학·도요타 북미 양극재 공급계약(2030년 12월까지)
- 약 40%양극재가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 비중, 소재사 협상력의 근거
- 24%구미 합작공장(LG-HY BCM)의 중국 화유코발트 지분, 25%→24%로 낮춰 PFE 규제 회피
규제 대응을 위한 지분 재편도 눈에 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구미 공장(LG-HY BCM)의 지분 구조를 조정했다. 기존 LG화학 51%·화유코발트 49% 구조에서 도요타통상이 화유코발트 지분 25%를 인수해 중국 기업 지분을 24%로 낮췄고, 이로써 지분 25% 이상을 보유·지배하는 기업을 겨냥한 해외우려기관(PFE)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디일렉은 설명했다. 소재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지분·원산지까지 설계해야 북미 인센티브를 취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 구성도 넓어지고 있다. LG화학은 도요타 외에 도요타·파나소닉 합작사인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솔루션(PPES)에도 양극재를 공급한다.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고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냈지만, 증권가는 판매량 증가와 메탈 가격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개선을 반영해 2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외부 고객 물량이 하반기 출하를 끌어올린다는 회사 설명이 맞다면, 실적 회복 서사가 뒷받침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메탈 가격·가동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전망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전장·전동화 관점에서 이 사례의 함의는 분명하다. 배터리 경쟁은 셀사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구체·양극재·지분구조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설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비중국 요건과 세액공제라는 정책 변수가 한국 소재사에 구조적 기회를 열어 준다. 국산 전구체(KPC)를 앞세운 사슬이 북미 완성차의 인센티브 요건과 맞물릴 때, 한국 소재 산업이 셀을 넘어 완성차의 재료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 이 글은 공개된 보도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정리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계약·수치·실적 전망은 출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