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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 5개도 못 피한 전신주: 단일 센서의 한계가 키우는 센서 퓨전·중복 설계

라이다 5개를 단 지커 9X가 자율주행 중 전신주를 감지하지 못하고 충돌한 사례가 보도됐다. 둥근 표면에서 펄스 레이저가 산란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단일 센서의 물리적 한계는 카메라·레이더·라이다를 원시 데이터 단계에서 합치는 저수준 퓨전과 이중화 설계의 필요성을 오히려 부각한다.

자율주행을 홍보하던 고가 전기차가 도로변 전신주 하나를 감지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중국 지커(Zeekr)의 대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9X' 차주가 구매 직후 자율주행 상황에서 전면부가 크게 파손됐다고 제보한 사례가 최근 중국 국영방송과 전기차 전문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차량은 차량 주변을 360도로 살피는 라이다(LiDAR) 5개를 탑재하고 이를 구매 이유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지커 측은 사고 원인을 전신주의 둥근 형상으로 추정했다. 라이다가 쏜 펄스 레이저가 매끈하고 둥근 표면에서 산란되면서 반사광이 센서로 충분히 돌아오지 못해 장애물 인식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는 라이다라는 센서 그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모든 단일 센서가 특정 물리 조건에서 약점을 갖는다는 오래된 명제를 실제 사고로 확인시킨 장면에 가깝다. 라이다는 형상과 거리에 강하지만 반사율이 낮거나 곡률이 큰 물체·악천후에 취약하고, 카메라는 색과 문자에 강하지만 거리와 저조도에 약하며, 레이더는 날씨와 속도에 강하지만 해상도가 낮다.

  • 5개 지커 9X가 탑재한 라이다 개수, 그럼에도 둥근 전신주 미감지
  • 360도 카메라·레이더·라이다 원시 데이터를 융합해 목표로 하는 조감(Bird's-eye) 시야
  • L2~L4 하나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사다리로 확장하는 센서 퓨전 플랫폼 범위

이번 사례가 역설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센서 퓨전(sensor fusion)과 중복(redundancy) 설계의 값어치다. 완성차·부품 업계는 이미 서로 다른 원리의 센서를 겹겹이 쌓아 한 센서의 실패를 다른 센서가 메우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특히 각 센서가 판단을 끝낸 결과만 합치는 방식이 아니라, 원시 데이터(Raw-data) 단계에서 곧바로 합치는 '저수준 퓨전(Low-level Fusion)'이 주목받는다. 카메라의 2차원 이미지와 레이더·라이다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초기 단계에서 융합하면 개별 센서의 한계를 상호 보완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이동 객체·점유 공간·도로 모델을 담은 360도 시야를 더 촘촘히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센서·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우모비오(AUMOVIO)는 자사 ADAS·자율주행 솔루션 '젤브(Xelve)'에서 바로 이 저수준 퓨전을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레벨2부터 레벨4까지를 하나의 확장형 구조로 커버한다고 밝혔다. 최상위 라인업은 시스템 장애나 돌발 상황에 대비한 이중화 시스템과 비상 경로(백패스) 메커니즘을 내장해, 메인 기능에 오류가 나도 차량이 스스로 제어권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고단계 자율주행일수록 성능 경쟁만큼이나 '실패를 견디는 능력(결함 허용)'이 상품성의 축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적 함의는 분명하다. 자율주행이 대중차급으로 내려올수록, 화려한 센서 개수보다 서로 다른 센서를 어떻게 엮어 실패를 흡수하느냐가 안전과 신뢰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카메라·레이더·라이다·초음파를 아우르는 다중 센서 공급망과, 원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하는 퍼셉션 소프트웨어·컨트롤러 시장 모두에 성장 여지를 넓히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일 센서의 한계가 드러날 때마다, 시장은 그 빈틈을 메우는 퓨전과 중복이라는 구조적 수요로 답해 왔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제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개별 사고의 원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언급된 기술·전망에는 불확실성이 따르므로, 최종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

본 기사는 공개된 보도·공시·기업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산업 분석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전망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