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는 차의 규칙이 나왔다: 국토부 무인 자율주행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전장
국토교통부가 완전 무인(레벨4) 자율주행차의 안전운행 요건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임시운행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1만5천km 실증 주행을 채워야 하고, 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실시간 원격 관제·시스템과 별개로 작동하는 비상제동 같은 장치가 사실상 의무가 된다. 규제가 '레벨4를 어떻게 안전하게 굴릴 것인가'로 구체화되면서, 무인차를 떠받치는 이중화 제어기·센서·통신 전장의 탑재 요건도 함께 또렷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논의는 오랫동안 '차가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는가'에 머물렀다. 이번에 나온 소식은 결이 조금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운전자가 아예 타지 않는 완전 무인, 즉 레벨4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굴리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를 규정한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제 기준이 국내 법령으로 정식 도입되기 전까지 기업들이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레벨4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앞당겨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규칙이 또렷해진다는 것은, 그 규칙을 만족시키는 부품과 시스템의 윤곽도 함께 또렷해진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행 실적 요건이다. 무인 운행을 위해서는 최소 1만5천km 이상의 실증 주행을 채워야 한다. 다만 3천km 이상 주행한 동일 자율주행시스템·제원 차량은 최대 5대까지 주행거리를 합산할 수 있게 해, 개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 차량 한 대로 1만5천km를 모두 달릴 필요 없이 3천km씩 달린 5대를 더해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구조다. 물류신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 발표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으로, 국토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세 차례 기업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서 채택된 국제 자율주행시스템(ADS) 기준을 일부 반영했다고 한다.
- 1만 5,000km무인 임시운행허가 최소 실증 주행 요건(3천km 주행 차량 5대까지 합산 허용)
- 레벨4운전자 탑승이 불필요한 완전 무인 단계, 국제 ADS 기준 일부 반영
- 이중화·MRC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와 위험완화상태(MRC) 전략 의무화
전장 관점에서 진짜 무게가 실리는 대목은 '안전을 어떻게 하드웨어로 보장하느냐'다. 가이드라인은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주행·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 관제센터와 차량 사이에 양방향 통화 장치를 구비하도록 했다. 나아가 탑승객이 하차 요청 버튼을 눌러 언제든 차량을 비상정지시킬 수 있어야 하고, 자율주행시스템과 별개로 작동하는 비상제동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했다. 물류신문이 전한 세부 기준에는 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 그리고 위험 상황에서 원격 관제센터에 경고를 보내고 비상 점멸등을 켠 뒤 안전지대로 이동해 정지하는 위험완화상태(MRC) 전략도 담겼다. 하나하나가 곧 전자제어장치(ECU)와 센서, 통신 모듈, 그리고 이들을 겹으로 깔아 두는 이중화 설계를 요구하는 조항이다.
운전자라는 최후의 안전판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결국 겹겹의 전장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못하는 차는 하나의 제어기나 센서가 멈춰도 스스로 안전하게 멈춰 설 수 있는 '고장 감내(fail-operational)'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는 카메라·레이다·라이다 같은 인지 센서의 다중화, 조향·제동 계통의 이중화, 별도 전원과 백업 경로를 포함한 전기·전자(E/E) 아키텍처의 재설계로 이어진다. 규제가 이런 요건을 명문화했다는 것은, 무인차 한 대에 실리는 전장 부품의 종류와 신뢰성 등급, 그리고 검증에 드는 시간이 레벨2·3 대비 한 단계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부품사 입장에서 인증 문턱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대체가 어려운 고신뢰 영역의 수요가 규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서 단계적 무인화를 추진하고, 전국 시범운행지구에서 운영 중인 레벨3 서비스도 완전 무인화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칙이 명확해질수록 개발 기업은 목표를 겨냥해 속도를 낼 수 있고, 그 목표에는 이중화 제어기와 다중 센서, 원격 관제 통신 같은 전장 요건이 이미 포함돼 있다. 물론 현장에는 대형 화물차량의 무인 운행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반발도 있고, 국제 기준의 국내법 정식 반영과 실도로 안전성 입증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무인차를 어떻게 안전하게 굴릴 것인가'라는 질문이 구체적 하드웨어 요건으로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ADAS·전장 밸류체인이 레벨4 시대의 부품 사양을 미리 준비할 좌표가 되어 줄 가능성이 크다.
※ 본 글은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규제 시행 시기·세부 기준과 상용화 속도는 향후 국제기준의 국내법 반영과 실증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