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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에 가렸지만: 삼성전기 MLCC의 조용한 뿌리는 전장

AI 서버가 고성능 MLCC를 빨아들이며 '칩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사이, 삼성전기 실적의 또 다른 성장 엔진인 전장용 MLCC가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증권가 추정으로 전장 MLCC 매출은 올해 1조5천억원대, 2027년 1조9천억원대로 예상되고, 최근 몇 년은 전장이 산업용(AI 데이터센터 포함)보다 앞선 구간도 있었다. 차 한 대에 수만 개, ADAS·전동화가 키운 이 수요는 전장 부품 국산화·수급 재편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반도체 공급난 하면 요즘은 메모리와 AI 데이터센터가 먼저 떠오른다. 그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 전자화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작은 부품 하나가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쌀알보다 작은 이 수동부품은 전류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데, 차 한 대에 수만 개가 들어간다.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 밸류체인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삼성전기 MLCC가 전기차 시대 전장 분야에서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숫자를 보면 그림이 또렷하다. iM증권 추정을 인용한 같은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2023년 약 7천230억원, 2024년 9천720억원, 2025년 1조2천억원 안팎으로 커졌고, 2026년 1조5천억원대, 2027년 1조9천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올해까지는 전장용 MLCC 매출이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산업용보다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AI 서버의 폭발적 성장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전장은 헤드라인 밖에서 더 큰 규모를 조용히 쌓아 온 셈이다. 삼성전기 전체 MLCC 매출도 2025년 4조7천억원대에서 2026년 5조7천억원, 2027년 8조2천억원대로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 추정이다.

  • 1.9조 원2027년 삼성전기 전장 MLCC 매출 전망(2025년 약 1.2조 → iM증권 추정)
  • 1.31삼성전기 MLCC 수주잔고비율, 팬데믹 이후 최고(트렌드포스)
  • 수만 개차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ADAS·전동화로 탑재량 급증

왜 전장용 MLCC가 하이엔드 시장인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25℃ 이상의 고온과 영하 55℃의 저온을 오가면서도, 충격과 습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의 핵심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은 고도의 전자제어가 필요해 고성능 MLCC를 더 많이 요구한다. AI 데이터센터용과 마찬가지로 고용량·저전압·소형·고신뢰 제품이 관건이라,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는 영역이다.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 명단에 삼성전자·TSMC·인텔 같은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테슬라 같은 전기차 업체와 콘티넨털 같은 유럽 부품사가 함께 올라 있는 이유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고객사와 4천54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며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낙관 일변도로만 보긴 어렵다. IT비즈뉴스가 전한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기·무라타·태양유전 3대 MLCC 기업의 수주잔고비율은 각각 1.31, 1.30, 1.25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업계 전체 비율도 1.04로 올랐다. 구글 텐서프로세서유닛(TPU), AWS 트레이니엄, 메타 MTIA 같은 자체 AI 가속기 확산으로 고성능 MLCC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문제는 공급사들이 수익성 높은 AI용에 생산을 집중하면, 메모리에서 HBM 쏠림이 소비자용 D램 부족으로 번진 것처럼 자동차·소비자 시장의 MLCC 수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하반기 고성능 MLCC 가격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장 진영으로선 물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전장에 우호적이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갈수록 차 한 대가 품는 전자제어장치와 반도체,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수동부품의 양은 계속 늘어난다. MLCC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품의 수요 곡선이 우상향한다는 것은, 그 위에 얹히는 전장모듈·센서·제어기 생태계 전체의 저변이 두꺼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데이터센터가 당장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더라도, 인증 기간이 길고 교체 주기가 안정적인 자동차 시장은 부품사에 중장기 매출의 닻이 되어 준다. 국내 전장 공급망이 고신뢰 수동부품과 고성능 제어 부품의 내재화·다변화에 공들여 온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이 수요의 지속성은 앞으로도 한국 전장 밸류체인의 든든한 바닥재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 본 글은 언론 보도와 시장조사·증권가 추정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매출·시장 전망 수치는 각 출처(iM증권, 트렌드포스 등)의 추정치로 실제와 다를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기사는 공개된 보도·공시·기업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산업 분석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전망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