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셀 2500개를 동시에 시험한다: 전해액 첨가제 국산화가 여는 배터리 경쟁력
좋은 셀을 만드는 힘은 정밀한 검증 인프라에서 나온다. 전해액 기업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배터리셀 2500개를 동시에 시험하는 평가 환경을 공개하고, 전량 수입하던 하이브리드형 전해액 첨가제 'PA800'을 국산화해 올해 4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받았다. 셀 소재와 품질 데이터를 함께 쥐는 방식이 중국 물량 공세에 맞선 한국 배터리 공급망의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은 셀(cell)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셀 안에서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 전해액, 그리고 그 전해액이 실제 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밀하게 읽어 내는 검증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공개한 인천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연구소 취재기는 그 '보이지 않는 경쟁력'의 실체를 보여 준다. 이 회사 장비실에서는 영하 20도 저온에서도 고객사 배터리가 제 성능을 내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상시로 돌아가고, 손범석 전해질기술센터장에 따르면 배터리셀 2500개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연구용 셀이 아니라 고객사에서 직접 받은 실제 셀에 자사 전해액을 주입해 검사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정확하면서도 기간이 짧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전해액은 배터리 충전 성능과 효율·안정성·수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핵심 소재다. 용매·리튬염·첨가제가 복합적으로 섞인 화학물질이라 미세한 배합 변화만으로도 셀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손 센터장은 "동일한 회사가 조립하는 셀이라도 양극재 회사가 다르면 전해액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며 전해액 기술의 본질을 파트너사 특성을 종합한 맞춤형 설계에서 찾았다. 좋은 소재 설계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분석·평가 인프라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내 전해액 업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분석·평가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이 회사의 자평이다.
- 2500개동시 테스트 가능한 배터리셀 수(고객사 실셀 기준)
- 8대 항목고객사 납품 전 반드시 거치는 필수 품질 관리 항목
- 2026년 4월첨가제 'PA800' 국가전략기술 공식 지정 시점
기술 경쟁력의 상징이 '다중결합 구조 기반 하이브리드형 전해액 첨가제(제품명 PA800)'다. 이 첨가제는 올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국가전략기술로 공식 지정됐다. 하나의 첨가제가 셀 내부에서 단계적으로 작동하며 양극과 음극에 동시에 최적화된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이 소재를 국내 최초로 개발·양산하고 국내외 특허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국가전략기술로 확인되면 정부 연구개발 사업 참여 가점, 정책금융 지원, 병역 지정업체 선정 우대 등의 혜택이 따른다.
하이브리드 첨가제는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통상 전해액에는 5종 이상의 성분이 필수로 혼합되는데, 하이브리드 첨가제를 적용하면 성분 가짓수와 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손 센터장은 전해액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부식성 물질을 제거해 성능 저하를 막고 수명을 연장하며, 범용 첨가제보다 저렴하고 적은 함량으로도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어 경제성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제가 소개한 런던정경대(LSE) 연구에서도 배터리 화학 조성의 발전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열관리 향상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내연기관 엔진에 맞먹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혔는데, 전해액 첨가제 설계는 바로 이 '화학 조성 발전'의 최전선에 있다. 셀을 오래 쓰게 만드는 힘의 상당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재 배합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분자구조 분석용 핵자기공명분광기(NMR) 같은 고가 장비로 첨가제의 복잡한 구조를 들여다보고,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으로 분자구조를 설계하며 대규모 데이터로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는 물론 나트륨이온·리튬메탈 등 차세대 전지 시장에도 대비하고 있다. 다만 차세대 소재의 상용화 시점과 채택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고객사 검증과 시장 상황에 달렸다는 점에서 신중히 볼 대목이다.
본질적인 함의는 공급망 구도에 있다. 손 센터장은 "중국은 원재료 공급망과 생산 규모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돌파구를 기술 우위와 혁신 속도에서 찾았다. 셀 제조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셀을 완성하는 소재·검증 역량까지 함께 쥘 때 비로소 물량 공세에 맞설 지렛대가 생긴다. 전동화에 더해 피지컬 AI·로보틱스로 배터리를 품은 기기가 늘어날수록, 소재 설계 역량과 품질 신뢰성의 값어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좋은 셀을 '만드는' 나라에서 좋은 셀을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일이, 한국 배터리 공급망의 다음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본 글은 언론 보도와 기업 코멘트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국가전략기술 지정·기술 성과·차세대 소재 전망은 보도 시점 기준이며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