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Zone) 아키텍처, 이제 '채점'을 받는다: 볼보 휴긴 코어 SDV 레벨5와 GM의 2028년 통합 설계도
볼보의 통합 컴퓨팅 '휴긴 코어'가 S&P 글로벌 모빌리티 SDV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5를 받았고, GM은 30~40개 ECU를 3~4개 중앙 컴퓨터로 묶는 2028년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중앙집중형 존 아키텍처가 개념을 넘어 실제 양산·채점 단계로 진입한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전기·전자(E/E) 아키텍처 논의는 오랫동안 '개념도'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기능별로 흩어진 수십 개의 ECU를 위치 기반 존(Zone) 컨트롤러와 한두 개의 고성능 중앙 컴퓨터로 묶는다는 청사진은 명확했지만, 실제로 그 구조가 얼마나 완성됐는지를 외부에서 채점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 채점이 이제 시작됐다.
볼보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용 통합 컴퓨팅 시스템 '휴긴 코어(Hugin Core)'는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SDV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레벨5 등급을 받았다. NSP통신에 따르면 휴긴 코어는 전기 아키텍처와 코어 컴퓨터, 존 컨트롤러,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한 구조로 EX90·ES90·EX60 등 차세대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분산형에서 통합형으로 데이터 처리 방식을 전환해 차량 기능 간 연산 자원을 공유하고,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기반으로 ADAS와 인포테인먼트 성능을 함께 끌어올린 점이 평가의 핵심으로 꼽혔다.
- 레벨5 볼보 휴긴 코어가 받은 S&P 글로벌 모빌리티 SDV 최고 등급
- 30~40 → 3~4 GM이 목표하는 주요 ECU 통합(개당 → 중앙 컴퓨터 수)
- 2028년 GM 차세대 중앙집중형 컴퓨팅 플랫폼 순차 적용 시점
미국 GM은 이 전환을 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한다. 테크월드(EPNC) 보도에 따르면 GM은 차량당 30~40개에 달하던 주요 ECU를 고성능 중앙 컴퓨팅 유닛과 존(Zone) 집선 장치(Aggregator) 중심 구조로 통합하고, 70여 종에 이르던 MCU(마이크로컨트롤러) 패밀리를 3~4개의 핵심 플랫폼으로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 중이다. 부품 종류를 줄이면 반도체 조달 비용과 품질 관리 부담이 함께 낮아진다. GM은 이 차세대 중앙집중형 컴퓨팅 플랫폼을 2028년부터 순차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조가 단순해지는 대신 그 위를 흐르는 데이터는 폭증한다. GM은 기존 CAN 중심 통신을 넘어 고속 이더넷(Ethernet) 백본을 핵심으로 삼고, 추진·조향·제동·인포테인먼트·안전 시스템을 이 백본으로 묶는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를 통해 차량 내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기존 대비 수백 배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하드웨어를 줄이고 소프트웨어·서비스 설계의 자유도를 키우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두 사례가 함께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첫째, 존 아키텍처는 더 이상 백서 속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양산 차량에 실려 등급을 받는 단계로 넘어왔다. 둘째, 완성차마다 통합의 완성도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중앙집중형으로 간다'가 아니라 '얼마나, 언제까지 통합했는가'가 경쟁의 축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NSP통신 인용 평가에서도 지적됐듯, 기존 플랫폼에서 제기됐던 소프트웨어 안정성 문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흐름은 중앙 컴퓨터용 고성능 SoC, 존 컨트롤러, 차량용 이더넷 스위치·PHY, OTA·기능안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국내외 전장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물량과 표준화 기회를 열 수 있다. ECU 종류가 줄어드는 국면은 개별 부품사에게 위협이자 동시에, 존 단위 통합 모듈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이기도 하다. 채점표가 공개되기 시작한 지금, 전장 부품·반도체 업계의 포지셔닝 경쟁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산업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 권유가 아니다. 등급·시점·수치는 각 출처와 완성차·평가기관의 발표에 근거하며, 실제 양산 일정과 성능은 변동될 수 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