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나침반에서 차 안 감각으로: 해치텍, 코스닥 상장 자금으로 차량용 TMR 센서에 베팅
스마트폰의 전자나침반 칩으로 성장한 센서 팹리스 해치텍이 8월 19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나선다. 공모희망가 2만3000~2만8000원, 예상 시가총액 1285억~1564억원, 공모로 확보하는 230억~28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차량용 위치센서와 터널자기저항(TMR) 기반 차세대 자기센서 IC 개발에 투입한다. 조향·페달·모터 위치와 전류를 접촉 없이 읽는 자기센서는 그동안 외산이 장악해 온 영역으로, 국내 팹리스의 전장 진입과 국산화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상장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방향을 돌리면 지도 화면 속 화살표가 함께 도는 그 작은 마법의 뒤에는 지구 자기장을 읽는 지자기센서가 있다. 센서 집적회로(IC) 팹리스 기업 해치텍은 바로 이 모바일용 자기센서로 몸집을 키워 온 회사다.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OPPO)·비보(Vivo) 등에 전자나침반용 지자기센서를 공급하며 지난해 약 14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지자기센서 하나가 지금도 매출의 과반을 차지한다. 그런 해치텍이 오는 8월 19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다. 6일 디일렉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6월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으며, 이달 27일부터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뒤 내달 초 청약을 받는다. 공모희망가는 2만3000~2만8000원, 예상 시가총액은 1285억~1564억원이다.
이번 상장에서 전장(電裝) 산업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금의 쓰임새다. 해치텍은 공모로 확보하는 230억~28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모바일 중심 사업을 산업기기와 자동차 전장으로 넓히기 위한 신규 센서 IC 개발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핵심 과제로 꼽는 것이 차량용 위치센서와 함께 터널자기저항(TMR·Tunnel Magneto-Resistance) 기반 차세대 자기센서 IC다. TMR 센서는 자기장 변화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해, 자석의 위치·회전·개폐 상태를 접촉 없이 읽고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을 측정해 전류센서로도 응용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조향, 페달, 스로틀, 모터의 위치·각도 감지, 전력변환 장치의 전류 측정 등에 쓰인다. 기존 홀(Hall) 센서보다 미세한 자기장 변화에 민감해 정밀도가 높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 공모 230억~280억공모희망가 2만3000~2만8000원·예상 시총 1285억~1564억원, 자금 일부를 차량용 TMR 센서 IC 개발에 투입(회사 증권신고서 기준)
- 매출 141억→231억2025년 약 141억원에서 올해 최대 231억원 전망(+63.8%)…2027년 373억·2028년 542억원 회사 예상(추정치)
- 2017년 분사매그나칩반도체 센서 사업부서에서 분리 설립, 삼성전자·오포·비보에 모바일 지자기센서 공급, 생산은 SK키파운드리에 위탁
왜 지금 자기센서인가. 자동차가 전동화·소프트웨어화될수록 차 안에서 '움직임'과 '전류'를 정밀하게 읽어야 하는 지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운전대를 몇 도 돌렸는지(조향각), 가속 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 전기모터의 회전자가 지금 어느 각도에 있는지, 그리고 배터리와 인버터를 오가는 전류가 얼마인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전동 조향, 모터 제어가 제대로 작동한다. 접촉이 없어 마모가 없고 먼지·습기에 강한 자기센서는 이런 가혹한 차량 환경에 특히 잘 맞는다. 문제는 이 영역을 오랫동안 인피니언·TDK·앨레그로 같은 외산이 사실상 장악해 왔다는 점이다. 국내 팹리스가 모바일에서 검증한 설계 역량을 지렛대 삼아 차량용 TMR·전류센서로 넘어오려는 시도는, 그래서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국산화의 문을 여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상장과 기대만으로 전장 시장의 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고 안전등급 대응, 장기 신뢰성 검증, 완성차·부품사 공급망 진입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고, 그 과정은 수년이 걸린다. 해치텍이 제시한 2027~2028년 매출 전망(373억·542억원)과 2027년 흑자 전환 목표 역시 회사의 예상치로, 신규 차량용 제품의 고객 확보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매출의 과반을 여전히 모바일 지자기센서에 의존하고 있어, 전장·산업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두꺼워지느냐가 상장 이후의 관전 포인트다. 회사도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밟은 만큼, 당장의 재무보다 향후 개발 성과가 밸류에이션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번 상장이 전장 생태계에 주는 함의는 긍정적이다. 카메라·레이더·라이다 같은 '바깥을 보는 감각'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차 안에서 위치와 전류를 읽는 '보이지 않는 감각'의 국산화 기반이 상장이라는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아 한 걸음 넓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동화로 모터와 전력변환 장치가 늘수록 자기·전류 센서 수요는 구조적으로 커지고, 외산 일변도였던 공급망에 국내 대안이 생기는 것은 완성차·부품사의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반가운 신호다. 국내 센서 팹리스가 모바일에서 쌓은 실력을 차량용으로 확장하는 이 상장이, 전장 부품 국산화 지도에 또 하나의 점을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 본 글은 기업 증권신고서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의 공모 참여나 매매를 권유하는 의견이 아닙니다. 공모가·시가총액·매출 전망 등 수치는 인용된 출처와 회사 예상치 기준이며 청약 결과·전방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