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 산업 리포트

전장 jeonjang.kr — 자동차 전자부품 산업 뉴스 & 기술 분석
← 전체 기사전력반도체

8인치 풀가동의 힘: DB하이텍, 자동차·산업 고부가로 갈아탄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최첨단 미세공정 경쟁의 그늘에 가려졌던 8인치(200mm) 파운드리가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라는 두 개의 전력 수요를 등에 업고 다시 주목받는다. 국내 대표 8인치 파운드리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2138억원·영업이익 3019억원으로 이익이 70% 가까이 급증했고, 아날로그와 전력 제어를 한 칩에 담는 BCD 공정 비중이 70%까지 올라왔다. 특히 자동차·산업향 고부가 제품 비중이 1년 새 18%에서 30%로 뛰며, 눈금 없는 성숙공정이 전장 반도체의 든든한 저수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도체 하면 흔히 몇 나노미터(㎚)까지 회로를 좁혔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최첨단 경쟁을 떠올린다. 그러나 전기차와 산업기기, 그리고 폭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실제로 다루는 칩은 화려한 미세공정이 아니라, 오래 검증된 8인치(200mm) 성숙공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대표 8인치 파운드리 DB하이텍의 최근 실적은 이 '눈에 잘 띄지 않던 저수지'가 전장(電裝) 시대에 어떻게 다시 물을 채우고 있는지 보여 준다. 회사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2138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 세전이익 34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4%, 영업이익은 69.9%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024년 17.9%에서 2025년 24.9%로 뛰었다.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은 제품 믹스의 질적 변화다. DB하이텍의 주력은 아날로그 회로와 디지털 제어, 고전압 전력 소자를 하나의 칩에 집적하는 BCD 공정으로,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모터 구동칩의 뼈대가 된다. 회사에 따르면 이 BCD 공정의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전체의 70%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및 산업향 고부가 제품의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30%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소비가전용 범용 칩에서 벗어나, 더 높은 신뢰성과 온도 조건을 요구하는 전장·산업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단가와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린 셈이다.

  • 영업이익 +69.9%2025년 별도 매출 1조2138억·영업이익 3019억원, 영업이익률 17.9%→24.9%(회사 발표)
  • BCD 70%·전장 30%1분기 BCD 공정 매출 비중 70%, 자동차·산업향 고부가 제품 비중 18%→30%로 확대(회사 발표)
  • 가동률 98%·캐파 19만장비수기에도 전 라인 풀가동, 상우캠퍼스 증설로 월 15만→19만장 확대 추진(회사 발표)

수요만 는 것이 아니라 공급도 빠듯하다. DB하이텍은 비수기에도 가동률 98% 이상의 전 라인 풀가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인치 시장은 신규 증설이 최첨단 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라, 수요가 몰릴 때 가격 협상력이 공급자 쪽으로 기운다. 실제 회사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8인치 환경에서 평균 판매단가(ASP)가 최대 2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2분기부터 중국 지역 전력반도체 BCD 제품의 판가를 인상하며 고부가 믹스 최적화에 나섰다. 서울경제가 인용한 상상인증권 분석도 2분기부터 중국향 BCD 판가 인상이 본격 반영되고, 8인치 시장은 2026~2028년 생산능력 정체 속에서 오히려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시각을 전한다. 다만 이런 판가·수급 전망은 증권가 분석에 따른 것으로, 실제 실적은 전방 수요와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DB하이텍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생산능력과 차세대 소재로 판을 넓히고 있다. 충북 음성 상우캠퍼스 클린룸 증설에 들어가 월 3만5000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 부천·상우를 합친 전체 캐파를 월 15만장 이상에서 월 19만장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실리콘·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같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공정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SiC와 GaN은 실리콘보다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뎌 전기차 인버터와 급속충전,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에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소재로, 8인치 강자가 다음 단계로 노리는 자연스러운 확장 축이다. 다만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는 양산 수율과 고객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DB하이텍의 이야기가 전장 산업에 던지는 함의는 분명하다. 자동차가 전동화·소프트웨어화될수록 눈에 띄는 첨단 연산 칩만이 아니라, 전류를 다루고 모터를 돌리고 배터리에 전력을 나눠 주는 '힘을 쓰는 반도체'의 수요가 함께 두꺼워진다. 그 상당수는 화려한 미세공정이 아니라 오래 검증된 8인치 성숙공정에서 나오며, 국내에도 이 흐름을 받아 낼 파운드리 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전장 부품 생태계 전체의 든든한 뒷배다. 전력반도체 수요가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 양쪽에서 밀려드는 지금, 8인치 저수지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가 국내 전장 공급망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

※ 본 글은 기업 발표와 언론·증권가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 의견이 아닙니다. 실적 전망과 판가·수급 수치는 인용된 출처 기준이며 전방 수요·환율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기사는 공개된 보도·공시·기업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산업 분석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전망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